스포츠뉴스

노정윤, 뇌경색 투병 딛고 축구계 복귀

Lv.100스포츠정보2026.08.29 11:04조회 2댓글 0
어두운 병원 복도에서 목발을 짚고 힘겹게 걸어가는 중년 남성의 뒷모습

1990년대 한국 축구를 대표했던 노정윤이 오랜 침묵을 깨고 근황을 전했다. 그가 갑자기 대중 앞에서 자취를 감췄던 이유는 27일 일본 매체 넘버웹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그는 반신마비를 극복하고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노정윤은 한일 관계가 지금과 달랐던 1993년 K리그 대신 일본 산프레체 히로시마 유니폼을 입은 한국인 J리거 1호였다. 당시 매국노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이듬해 전기리그 우승에 기여했으며, 이후 세레소 오사카와 아비스파 후쿠오카, K리그 부산과 울산을 거쳤다. 1994년 미국 월드컵과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무대를 밟았고, 로타어 마테우스에 빗대 노테우스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2006년 은퇴 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점차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2019년 1월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던 그는 병원 앞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노정윤은 뇌경색으로 정말 죽을 뻔했다며 머리를 절개하는 큰 수술을 받았고 오른쪽 반신이 마비돼 매일 침대에 누워 지냈다고 회상했다. 급히 귀국했던 가족들을 학업을 위해 다시 미국으로 돌려보낸 뒤 그는 홀로 병마와 싸우기 시작했다.

재활치료를 하루 세 차례로 늘린 그는 휠체어에서 일어서는 것조차 힘겨웠지만 병원 지하부터 6층까지 하루 일곱 번씩 오르내렸다. 오른손을 전혀 쓸 수 없어 난간을 붙잡고 이동해야 했고, 병원 사람들이 미쳤다는 말을 할 정도로 재활에만 매달렸다고 그는 전했다. 형제처럼 지냈던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과 홍명보 감독이 병문안을 오겠다고 했지만,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거절했다.

2019년 12월 11개월 만에 퇴원한 뒤에도 그는 사투를 멈추지 않았다. 인적이 드문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목발을 짚고 어두운 밤길을 걸으며 감각을 되살렸다. 고령의 부모님께는 외국에 있다고 둘러댔지만 2023년 투병 사실을 전하지 못한 채 아버지를 떠나보냈고, 장례식장에서야 어머니가 아들의 상태를 처음 알고 놀랐다고 한다.

여전히 오른쪽 몸에 마비 후유증이 남아 있지만 이제는 혼자 지하철을 탈 수 있을 만큼 회복했다. 지난달 J3리그 오사카의 아시아 전략 앰버서더로 위촉되며 축구계로 돌아온 그는 한일 축구 가교 역할을 다음 세대에 잇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일본 축구가 한국보다 두 단계 앞서 있다며 대표팀만이 아니라 프로팀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시민구단이 단체장 임기마다 조직이 바뀌는 구조로는 장기적 비전을 세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병상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던 그의 여정은 한국 축구계에 묵직한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목록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