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공교롭게도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9월1일, 그는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소치를 이끌다 사실상 경질성 사퇴를 겪었다. 당시 소치는 리그 개막 7경기에서 승점 1점에 머물렀고 구단주 보리스 로텐베르크는 모레노가 마치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데리고 있는 것처럼 축구를 했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모레노는 후방부터 짧은 패스로 공을 운반하고 선수들이 정해진 위치와 간격을 유지하며 상대 압박을 풀어내는 축구를 지향한다. 공을 잃으면 즉각 압박해 소유권을 되찾으려 하는 방식으로, 루이스 엔리케와 함께한 바르셀로나 시절의 색채가 짙게 남아 있다. 그는 소치 시절에도 용감하게 경기하고 공을 소유하며 경기를 지배하는 팀을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제 팀을 이끌었던 결과는 순탄치 않았다. 2019년 말 맡은 AS모나코에서는 5승3무5패로 리그 9위에 그쳤고, 프랑스 레퀴프는 그가 약속한 바르셀로나식 축구가 경기장에서 구현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라나다에서도 기존의 직선적인 팀에 점유 축구를 입히려다 2021~2022시즌 27경기에서 5승10무12패, 마지막 7경기 6패를 당한 끝에 물러났다.
한국 대표팀에서도 같은 물음이 제기된다. 황인범, 이강인처럼 좁은 공간에서 패스로 균열을 만들 수 있는 선수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테크니션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크로스와 직선적인 공격을 선호해온 팀으로, 모레노가 추구하는 세밀한 위치 축구와는 결이 다를 수 있다.
대표팀 감독은 클럽처럼 몇 달간 전술을 반복 훈련할 시간이 없다는 점도 변수다. 모레노는 9월부터 11월까지 단 6경기만 맡으며 첫 상대인 에콰도르전까지도 준비 기간이 넉넉하지 않다. 다만 그는 2019년 스페인 대표팀 대행 시절 9경기 7승2무, 정식 감독 6경기 4승2무를 기록하며 짧은 소집 기간에도 성과를 낸 경험이 있다.
결국 모레노의 성패는 자신의 축구 철학을 얼마나 내려놓고 한국 선수들의 강점에 맞출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그가 한국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다양한 전술적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을 선임 이유로 들었다. 남은 6경기는 모레노가 자신의 축구를 한국에 맞출지, 한국을 자신의 축구에 맞추려 할지를 가늠할 실질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