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야구 진출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관심은 벌써 다음 시즌 사령탑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김태형 감독의 재계약 여부부터 새 인물 영입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가운데, 유독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구단 영구결번 주인공인 이대호다.
이대호는 한국에서만 17시즌 동안 1971경기에 출전해 2199안타, 374홈런, 1425타점을 남긴 선수다. 일본과 미국 무대에서도 실력을 증명했지만, 롯데에서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점은 그의 화려한 커리어에서 유일한 아쉬움으로 꼽힌다. 그런 만큼 부산 야구와 롯데를 상징하는 얼굴로 이대호를 떠올리는 팬들이 많다.
이 때문에 이대호가 지휘봉을 잡는 그림은 구단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카드로 여겨진다. 선수단 장악력과 상징성, 팬심을 단숨에 끌어올릴 힘까지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정작 팬들 사이에서는 기대 못지않게 우려의 목소리도 뚜렷하다.
반대 여론의 근거는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감독은 성적으로 매일 평가받는 자리이고, 투수 교체나 작전 하나하나가 곧바로 비판의 대상이 되는 위치다. 최근 몇 년 새 두 차례 우승을 이끌었던 LG 염경엽 감독조차 성적 부진 속에 비판을 피하지 못하는 모습은, 이 자리가 지닌 무게를 잘 보여준다.
현재 롯데 전력이 곧바로 우승을 노릴 만큼 완성돼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팀을 맡게 되면 새 감독은 출발부터 상당한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팬들이 걱정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박수 속에 떠난 전설이 연패와 성적 부진 속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는 장면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다.
결국 감독 이대호에 대한 반대는 애정이 뒤집힌 표현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패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쌓아온 전설의 이미지가 승패 속에서 흔들리는 상황 자체를 피하고 싶은 것이다. 이대호가 실제로 차기 감독 후보에 오를지, 본인이 그 길을 택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그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만으로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나온다는 사실은, 그가 롯데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