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이 일상적인 여름 풍경을 흔들면서 러너들의 동선도 달라지고 있다. 한강과 공원, 도심 도로를 채우던 발걸음이 이제는 냉방이 가동되는 실내 공간으로 옮겨가는 모습이 나타난다. 지난달 30일 아침,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스타필드 수원에 1000명의 러너가 모여든 것도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날 행사는 러닝 미디어 클투가 기획한 '굿몰닝 10K in 스타필드 수원'이다. 참가 신청은 시작 10분 만에 정원 1000명이 모두 채워졌다. 4층 별마당도서관을 중심으로 약 2.5km 순환 코스가 만들어졌고, 참가자들은 5km는 두 바퀴, 10km는 네 바퀴를 돌며 기록을 쟀다. 10km 부문 남녀 입상자에게는 시상도 이뤄져 단순 체험 행사를 넘어선 정식 레이스로 진행됐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기록적인 더위가 있다. 기상청이 지난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5.4도로 평년보다 1.7도 높아 1973년 이후 세 번째로 높았다. 열대야일수는 18.2일로 역대 두 번째였고, 7월 하순부터 8월 상순 사이 전국 13개 관측지점에서 일 최고기온 39도 이상이 42차례나 관측됐다. 폭염 이후에는 가뭄과 집중호우까지 이어지며 기상청은 올여름을 극한기후가 연속으로 나타난 계절로 분석했다.
이런 흐름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는 6월15일부터 9월15일까지 두바이몰 등 주요 쇼핑몰을 매일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 개방하는 '두바이 몰라톤'을 2년째 운영하고 있다. 두바이 정부 미디어오피스에 따르면 올해는 개막 두 달 만에 누적 참가자가 10만명을 넘었고 걸음 수는 2억2000만 보를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두바이 힐스몰에서 1392명이 동시에 달려 쇼핑몰 러닝 이벤트 최다 참가자 부문 기네스 세계기록도 세운 바 있다.
스포츠서울은 이 같은 기후 변화와 스포츠·일상의 관계를 짚는 자리를 마련한다. 오는 16일 오후 2시 숭실대학교 미래관에서 '대한민국 기후웰니스 포럼'을 열고 폭염을 비롯한 기후위기가 국민의 건강과 노동환경,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예정이다. 포럼은 경고에 머물지 않고 실제 현장에 적용 가능한 해법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두바이와 수원의 사례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새 시설을 짓는 대신 기존 공간의 시간을 바꿔 활용했다는 점이다. 영업 전 비어 있는 쇼핑몰이 아침 한때는 러닝 트랙으로 기능한 셈이다. 극한기후가 반복될수록 이런 실내 러닝이 특별한 이벤트에서 일상적인 선택지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