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베르토 모레노 임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국 축구대표팀이 지난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9월 A매치 평가전에서 에콰도르를 3-0으로 완파했다. FIFA 랭킹 32위 한국은 25위 에콰도르를 상대로 산뜻한 첫 승을 신고했으며, 이는 마르셀로 가야르도 감독의 에콰도르 데뷔전이기도 했다.
전반전은 다소 답답한 흐름 속에 득점 없이 마무리됐지만 후반 들어 골이 쏟아졌다. 후반 9분 오현규의 중거리 슈팅이 수비를 맞고 굴절돼 모레노호 첫 골로 기록됐고, 4분 뒤 손흥민이 각도 없는 위치에서 오른발 프리킥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후반 41분에는 손흥민과 교체 투입된 이동경이 세 번째 골을 넣으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경기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처음 열린 대표팀 일정이었다. 한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 손흥민과 이재성을 선발에서 제외한 채 0-1로 패해 본선 탈락의 아픔을 겪었고, 이후 홍명보 감독이 자진 사퇴하면서 대표팀은 새 출발선에 섰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손흥민은 승리의 의미를 조심스럽게 전했다. 그는 월드컵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고 밝히면서도, 이런 경기로 다시 보여드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승리 하나로 모든 게 지나치게 들뜨지 않았으면 한다면서도, 선수들이 즐겁게 뛰고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누며 호흡이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의 프리킥골에는 김민재의 조언이 있었다. 손흥민은 원래 그 위치에서는 슈팅을 잘 시도하지 않는데 김민재가 슈팅을 지시했고, 골키퍼가 니어포스트 쪽으로 치우친 걸 보고 그대로 때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도 필요했지만 운도 따랐다며, 김민재의 공과 운이 크게 작용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날 득점으로 손흥민은 A매치 통산 57골을 기록해 역대 최다 득점자 차범근의 58골과 단 한 골 차로 좁혔다. 손흥민은 개인 기록보다 함께 뛴 동료와 코칭스태프, 응원해준 팬들에게 공을 돌리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짧은 준비 기간 속에서도 기본에 충실하자는 다짐이 통했던 만큼, 새 사령탑 체제에서 대표팀이 이어갈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