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축구협회 심판팀이 지소연을 겨냥한 성희롱성 발언 논란과 관련해 기존 해명을 번복하고 은어 사용 사실을 인정했다. JTBC의 30일 보도에 따르면 심판팀은 무선 교신 중 생리를 뜻하는 은어인 '걸스데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을 최종적으로 시인했다. 앞서 심판팀은 교신에서 생리라는 단어 자체는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같은 의미를 담은 은어를 사용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해명이 뒤집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2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 위민과 서울시청의 2026 WK리그 경기 도중 발생했다. 전반 31분경 판정에 항의하기 위해 배선영 주심에게 다가갔던 지소연은, 주심이 다른 심판진과 무선으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모욕적인 발언을 근거리에서 직접 들었다. 배선영 주심은 지난해부터 WK리그 전담 주심으로 활동했으며, 지난해 12월 대한축구협회 심판 콘퍼런스에서 여성우수심판상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충격을 받은 지소연은 즉시 발언 내용을 따져 물었지만 돌아온 것은 옐로카드였다. 부당하다고 느낀 지소연이 벤치 근처에서 물병을 던지며 억울함을 표출하자 배 주심은 뒷주머니에서 레드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다가가는 위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실제로 카드를 꺼내 들지는 않았지만 경기 중 선수를 향해 퇴장 조치를 암시하는 행동을 취한 셈이다.
현장에서 배 주심은 처음에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항의가 거세지자 심판진끼리 나눈 이야기였다고 말을 바꿨다. 선수를 직접 겨냥한 발언이 아니었다는 취지였지만, 발언 시점과 이어진 경고 처분 등을 고려하면 발언의 대상이 지소연이었다는 정황은 뚜렷했다.
수원FC 위민 구단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즉각 대응에 나섰다. 구단 관계자는 지소연을 비롯해 박길영 감독, 함께 경고를 받은 통역, 현장에 있던 운영 담당자 등의 사실확인서와 경위서를 모두 취합했다고 밝혔다. 구단은 은어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이를 선수를 향한 명백한 성희롱이자 모욕 행위로 규정하고, 대한축구협회와 한국여자축구연맹에 공식 진상조사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국여자축구연맹도 현장 담당자를 통해 초기 상황을 파악했으며, 다음 주 초 대한축구협회에 심판보고서와 평가관보고서 열람을 요청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계획이다. 판정 권한을 지닌 심판이 리그 간판스타를 상대로 여성 비하성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축구계 안팎에서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중한 처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안이 여자축구 심판 운영과 성희롱 대응 체계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