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료 OTT 서비스를 통해서만 볼 수 있어야 할 해외 스포츠 경기가 인터넷 곳곳의 불법 사이트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생중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월 2만원에 가까운 구독료를 내야 시청 가능한 콘텐츠가 검색창 몇 번의 클릭만으로 무료 노출되면서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별도 결제 없이 해외 야구·축구 경기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불법 중계 사이트가 최소 28곳 확인됐다. 이들 사이트는 구글에 특정 명칭을 검색하면 상단에 곧바로 노출됐고 접속에도 별다른 장벽이 없었다. 이강인 선수가 출전하는 라리가 경기를 비롯해 국내 팬들의 관심이 큰 해외 스포츠 경기가 해당 사이트에서 고스란히 송출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이 콘텐츠 대부분이 국내에서는 유료로만 제공된다는 점이다. 이강인 선수가 뛰는 라리가와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정식으로 시청하려면 쿠팡플레이의 스포츠 패스를 구독해야 하며, 신규 가입 기준 월 이용료는 1만9300원이다. 메이저리그 경기 역시 스포티비 이용권이 필요한데, 상품에 따라 월 9900원에서 1만9900원까지 요금이 책정돼 있다.
불법 사이트의 이용 규모도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시밀러웹 집계 결과 28개 사이트 중 한 곳의 지난 7월 방문자 수는 중복을 제외하고도 약 78만명에 달했다. 이강인 선수의 경기가 열린 지난달 24일에는 하루 방문자가 33만명(중복 포함)까지 치솟았는데, 이를 쿠팡플레이 스포츠 패스 구독료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약 63억6900만원 규모의 정상 매출이 불법 경로로 새어나간 셈이다.
당국의 차단 조치가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미심위는 문제의 28개 사이트 중 일부가 과거 도박 등 사행심 조장을 이유로 이미 시정 요구를 받은 이력이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부터 7월 말까지 불법 스포츠 중계 사이트에 내려진 긴급차단 조치는 총 76건이었으나 이 가운데 26건은 동일 사이트에 대한 재차단이었다. 문체부는 접속 차단 후 도메인을 바꿔 대체 사이트를 빠르게 개설하거나 암호화 기술을 쓰는 사례가 늘면서 차단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쿠팡플레이·티빙·웨이브 등이 스포츠 중계권 투자를 늘리는 상황에서 불법 중계 확산이 유료 가입자 이탈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중계권 가치가 상승하는 만큼 불법 유통이 방치되면 사업자들의 투자 유인이 위축될 수 있다며 현행 제도와 기술 대응의 보완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유료 이용자의 불법 중계 이탈이 매출뿐 아니라 제작·운영 인력 등 관련 산업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