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항서 전 북중미월드컵 지원단장이 대한축구협회의 부실한 행정 대응을 직접 밝혔다. 그는 유튜브 채널 서형욱의 뽈리TV에 출연해 월드컵 당시 벌어진 사건의 전후 과정을 털어놓았고, 2일 공개된 해당 영상은 조회수 100만 회를 넘기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월드컵 기간 중 한국 취재진이 손흥민을 두고 나눈 뒷담화가 JTBC 영상을 통해 그대로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선수단과 취재진 간 신뢰가 크게 흔들렸고, 주장 손흥민을 중심으로 선수단이 한동안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 자체를 거부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문제는 이 사안이 당시 단장이었던 박항서 감독에게 제대로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 감독은 단장으로서의 권한과 역할에 대한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였고, 사건 역시 협회 전무와 전력강화위원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우연히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뒤늦게 영상을 확인한 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조기 수습을 협회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쉽게 정리되지 않고 길어졌다. 선수단과 취재진의 갈등이 경기력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으로 번지자, 박 감독은 협회 팀장들에게 화를 냈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체코전이 끝난 뒤 손흥민과 이재성이 직접 그를 찾아와 해결을 요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두 선수는 협회가 공개 성명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고, 성명서에 해당 기자의 실명을 포함해줄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취재진의 공개 사과와 해당 기자에 대한 취재 거부 방침 수립도 함께 요청했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 없이 팀은 곧바로 멕시코전을 치러야 했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0대 1로 패했다.
박 감독은 10년 넘게 대표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명백한 인신공격을 당했음에도 협회가 제대로 대응해주지 않아 신뢰가 크게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단이었다면 적극적으로 선수를 보호했을 상황인데도 협회가 이를 외면했다는 선수들의 하소연을 전하며, 협회의 늦은 대응이 선수들에게 남긴 상처가 상당했음을 시사했다. 이번 폭로를 계기로 대표팀 운영과 선수 보호 체계에 대한 점검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