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력과 기록으로 평가받아야 할 스포츠 현장에서 여성 선수들은 여전히 왜곡된 시선에 시달리고 있다. 체육계 인권 침해와 성희롱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현장의 실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모 평가나 몸매에 대한 품평, 성희롱성 발언은 시대에 따라 방식만 바뀌었을 뿐 오히려 더 일상적으로 굳어졌다. SNS가 확산되면서 이런 성적 대상화는 대중 사이에서 무감각하게 소비되는 실정이다. 남성 선수도 예외는 아니지만, 여성 선수의 피해 경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내놓은 프로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언어적·시각적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답한 여성 선수는 33%로, 남성 선수 5.1%보다 여섯 배 이상 많았다. 육체적 성희롱 경험률에서도 여성은 12.9%, 남성은 1%에 그쳐 격차가 두드러졌다.
실제 SNS 상황은 통계보다 더 심각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육상, 다이빙, 비치발리볼처럼 몸에 밀착되거나 노출이 불가피한 경기복을 입는 종목의 경우 영상 댓글창이 낯 뜨거운 외모 평가와 음담패설로 채워지는 일이 잦다. 선수 보호를 위해 아예 댓글 기능을 차단하는 채널도 적지 않다.
다이빙 선수 출신 A씨는 훈련이나 경기 영상이 온라인에서 성적으로 소비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수치심을 느꼈다고 털어놓으며, 운동을 계속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든 순간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목소리를 내는 체육인은 늘어나는 추세다. 스포츠윤리센터에 따르면 2025년 인권침해·비리 신고는 1536건, 상담은 6597건으로 전년보다 각각 80.5%, 69.3% 급증했으며, 온라인 신고 채널 확대와 가명조사 도입이 이런 변화를 이끌었다.
다만 성적 대상화 자체를 막을 현장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는 사회 전반의 성적 대상화가 스포츠 분야에도 그대로 반영됐다며, 종목 특성상 노출이나 밀착이 불가피한 유니폼이 성희롱 노출 위험을 키운다고 짚었다. 그는 선수 인권 보호와 건전한 스포츠 소비 문화를 위해 유니폼 기준과 촬영 가이드라인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으며, 이런 제도적 보완이 이뤄질 때 비로소 여성 선수들이 경기력만으로 평가받는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