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 전 27세였던 기하라 류이치(34)는 당시 17세였던 미우라 리쿠(24)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사귀는 사이가 전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세계 최정상급 피겨스케이팅 페어로 성장한 두 사람은 이제 부부의 연을 맺기로 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직후 나온 소식이라 더욱 화제가 됐다.
리쿠류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두 사람은 지난 8월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약혼 소식을 알렸다. 링크 위에서 기하라가 한쪽 무릎을 꿇고 미우라에게 반지를 건네는 사진도 함께 공개됐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고 밝혔는데,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관계를 묻는 질문에 웃으며 상상에 맡기겠다고 답해왔던 터라 팬들에게는 놀라운 소식이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9년 8월 페어를 결성하면서 시작됐다. 브루노 마르코트 코치에게 지도받기 위해 캐나다로 건너간 그해 가을, 컨디셔닝을 담당하던 마사지 치료사 아오시마 다다시가 기하라에게 미우라와 교제 중인지 물은 적이 있다. 당시 기하라는 나이 차이도 있고 이야기도 잘 맞지 않아 전혀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며, 오히려 사회인으로서 미성년자를 맡고 있다는 책임감이 더 힘들다고 답했다.
이후 7년간 함께 훈련하며 국제무대를 누빈 두 사람은 이번 올림픽에서 쇼트프로그램 실수로 5위까지 처졌다가 프리스케이팅에서 대역전극을 완성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를 마친 뒤인 지난달 2일에는 직접 프로듀싱한 아이스쇼 THE DESTINY 공연을 마쳤는데, 스포츠라이터 노구치 요시에 따르면 제목에는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운명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약혼 발표는 기하라의 생일 바로 다음 날 이뤄졌다.
프로포즈 장소도 의미가 남다르다. 기하라가 과거 아르바이트를 했던 아이치현 호와 스포츠랜드 링크에서 반지를 건네는 사진이 촬영됐는데, 이곳은 두 사람이 처음 페어를 결성하게 된 계기가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 기하라와 함께 일했던 이이오카 유스케는 약혼 소식 이후 연락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30분도 안 돼 답장이 왔다며 그의 의리 있는 성격을 전했다.
가족들에게도 약혼 발표는 예상 밖이었다. 미우라의 할머니는 공식 발표 2~3일 전 손녀에게서 직접 결혼 소식을 전화로 들었다고 밝혔고, 리쿠가 결혼한다는 말에 축하하며 기다리고 있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다만 기하라는 이미 결혼을 염두에 둔 듯 올림픽 개막 전 비밀리에 미우라의 자택을 찾아 가족과 조부모에게 인사를 건넸으며, 할머니는 그를 신처럼 느껴질 정도로 좋은 사람이라 평가했다. 오랜 시간 훈련과 일상을 함께해온 두 사람의 관계가 결혼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앞으로의 행보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