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불거졌던 판정 시비에 대해 다시 한번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9일 이탈리아 기자 잔루카 디 마르지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히딩크 감독은 24년 전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을 둘러싼 논란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디 마르지오 기자는 당시 주심이었던 바이런 모레노가 마치 심판복 속에 태극기를 두르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식의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에 히딩크 감독은 특정한 편을 드는 듯한 질문 자체가 불편하다고 밝히면서, 오히려 전반전 크리스티안 비에리의 팔꿈치 가격 장면이야말로 옐로카드감이었는데 모레노 심판이 놓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판 탓을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손쉬운 일이라며, 당시 이탈리아가 지닌 압도적 전력을 감안하면 정정당당하게 한국을 눌렀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 시절 이탈리아 스쿼드에는 프란체스코 토티, 잔루이지 부폰, 파올로 말디니 같은 세계적 스타들이 즐비했다. 히딩크 감독은 그런 화려한 명단을 갖고도 한국을 넘지 못한 것은 결국 이탈리아 자신들의 문제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당시 한국 선수단이 자신감 있게 높은 템포로 경기를 운영했고, 이탈리아는 이런 거센 저항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골든골의 주인공 안정환으로 옮겨갔다. 안정환은 그 골로 인해 당시 몸담고 있던 이탈리아 구단 페루자로 복귀하지 못했고, 구단주로부터 공개적인 협박성 발언까지 들어야 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런 대우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안정환은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한국을 위해 뛰었을 뿐이고 골을 넣었으면 축하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패배했을 때는 신사답게 승복해야 하는데 이탈리아가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히딩크 감독은 인터뷰 말미에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이탈리아가 그날 이기지 못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재차 못박았다. 말디니와 토티, 비에리 같은 스타들을 앞세우고도 정규시간 안에 승부를 매듭짓지 못한 것은 이탈리아 스스로 돌아봐야 할 문제라는 취지였다. 2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이 발언들은 2002년의 이변이 여전히 국제 축구계에서 회자되는 상징적 사건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