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고 몸에 딱 붙는 여성 선수용 경기복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육상, 체조, 비치발리볼 등 여러 종목에서 흔히 보이는 밀착형 유니폼이 온라인상에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 프랑스 방송 TF1은 지난 10일(한국시간) 여성 선수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짧은 하의 착용을 사실상 강요받고 있는지를 조명했다.
이번 논쟁은 한 그리스 여자 멀리뛰기 선수의 경기 영상이 SNS에서 확산되면서 시작됐다. 한 누리꾼은 “여자 선수들이 왜 경기에서 팬티 같은 하의를 입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명히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모든 종목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게시물은 13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여성 선수 경기복이 실제 경기력 향상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으로 번졌다.
다만 모든 종목에서 여성에게 과도한 노출 복장을 강제한다는 주장은 실제와 다소 차이가 있다. 선수들의 문제 제기와 규정 개정으로 선택권이 확대된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비치핸드볼은 과거 여자 선수에게 옆면 폭 최대 10cm의 비키니 하의를 요구했으나, 2021년 노르웨이 여자 대표팀이 유럽선수권 동메달 결정전에서 반바지를 입고 규정에 반발한 뒤 벌금 징계를 받으면서도 결국 국제 규정 변경을 이끌어냈다. 비치발리볼은 2012년부터 비키니 하의 착용 의무를 없앴고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반바지를 착용한 선수들이 있었으며, 체조 역시 최근 규정이 완화되는 추세다.
그럼에도 일부 종목과 국가에서는 여전히 제한이 남아 있다. 프랑스 체조 규정은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면서도 가랑이 기준 최대 10cm라는 길이 제한을 두고 있다. 스포츠 사회학자 베아트리스 바르뷔스는 TF1과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스포츠를 시작한 순간부터 복장 문제가 존재했다”며 최근의 변화는 선수들이 직접 목소리를 낸 결과라고 설명했다.
경기복 문제는 단순한 노출 수위를 넘어선다. 흰색 하의는 생리혈이 묻을 가능성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장비 업체의 영향도 크다. TF1은 2021 도쿄 올림픽 당시 나이키가 여성 육상 선수들에게 반바지가 포함되지 않은 경기복만 제공했던 사례를 소개했으며, 이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는 선택지가 늘어났다. 여자 배드민턴 세계챔피언 출신 게일 엠스도 과거 장비 업체가 제공한 옷이 점점 작아지고 몸에 달라붙어 어린이용이 잘못 배송된 줄 알았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관건은 선수 개개인의 선택권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바르뷔스는 “여성 선수들이 자신의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스포츠는 여성 신체에 대한 통제가 가장 강하게 작동하는 영역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1300만 회 넘게 재생된 영상 하나가 다시 불을 지핀 이번 논쟁은 앞으로도 각 종목 단체의 규정 개정과 선수들의 목소리에 따라 계속 변화의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