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선수촌으로 쓰일 크루즈선이 일본 나고야항에 들어오면서 열린 환영 행사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무대에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긴조항에서 열린 코스타 세레나호 접안 기념 공연에는 도요토미와 함께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나타났다. 이들은 일본 전국시대를 대표하는 이른바 나고야 삼걸을 재현한 인물들이다.
세 인물은 아이치현과 나고야 지역을 상징하는 관광 콘텐츠로 오랫동안 활용돼 온 만큼 통상적인 지역 행사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번 무대는 단순한 지역 축제가 아니라 여러 나라 선수들이 함께 머무는 국제 스포츠대회 크루즈 선수촌의 첫 환영 행사였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인근 국가를 침략한 역사적 인물을 국제대회 첫 무대에 내세운 셈이 됐다.
도요토미는 한국에서 단순한 역사 인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1592년 조선 침략을 명령해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7년간 이어진 전쟁은 조선을 넘어 명나라까지 끌어들인 동아시아 대규모 충돌로 확대된 바 있다.
이번 사안은 5년 전 도쿄 올림픽 당시 벌어진 이순신 현수막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한국 선수단은 이순신 장군의 말에서 따온 문구를 선수촌 외벽에 걸었다가 일본 언론과 극우 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현수막을 철거한 바 있다. 두 사건의 성격은 다르지만 국제대회에서 역사적 상징을 다루는 방식에서는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회 조직위원회는 나고야항 입항 행사가 나고야 오모테나시 무장대의 공연으로, 개최지 문화와 관광을 소개하려는 취지였을 뿐 특정 인물을 지지하거나 역사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일본 내 반응은 엇갈렸는데, 야후 재팬 댓글란에는 400여 년 전 일에 왜 화를 내느냐거나 오사카성을 찾는 한국 관광객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왜 이번 일만 지적하느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반면 한국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 있는 역사라거나 일본의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왔다.
이번 논란은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지역 문화 콘텐츠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다시 던진다. 개최국의 전통과 관광 자원을 소개하려는 취지라 해도, 참가국들의 역사적 감정을 충분히 살피지 못하면 예상치 못한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