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야구대표팀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슈퍼라운드에서 일본에 0-5로 완패했다. 25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한국은 9회까지 단 한 명의 타자도 2루를 밟지 못하는 무기력한 공격을 이어갔다. 상대는 프로가 아닌 사회인 야구 선발로 구성된 팀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 컸다.
야구는 단기전에서도 변수를 관리할 수 있는 종목이다. 아홉 차례의 공격 기회 동안 투수는 이닝마다 배합을 바꾸고 타자는 타석마다 대응을 달리하며, 이를 조율하는 것이 벤치의 역할이다. 하지만 이날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벤치에서는 이런 유연한 대응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본 선발 히구치 신은 최고 구속 140㎞대 중반의 평범한 좌완 투수였다. 그럼에도 1회부터 4회까지 12명의 타자 중 2번 김주원을 제외한 전원이 바깥쪽 포심 초구를 그대로 지켜봤다. 초구를 공략한 것은 1회초 1번 김도영뿐이었고 그마저 2루수 뜬공에 그쳤다. 이후 타자들은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려 히구치의 바깥쪽 공에 손도 대지 못한 채 물러났다.
반면 일본 타자들은 타석에 바싹 붙어 서서 한국 투수들의 바깥쪽 공을 노리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이에 맞서 몸쪽 승부를 주문했어야 할 벤치는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았고, 선발 소형준을 비롯한 투수진은 계속 바깥쪽 위주로 던지다 짧게 끊어 치는 일본 타자들에게 연속 적시타를 허용했다. 김도영은 이날 5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대표팀 타선 전체의 침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한국은 국제대회에서 낯선 투수를 만날 때마다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 왔고, 이런 약점을 메우는 것이 벤치의 몫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타선이 한 바퀴 돈 이후에도 공략법을 전혀 만들어내지 못한 채 같은 방식으로 방망이를 휘두른 점은 뼈아프다. 이번 완패의 책임은 선수단을 이끄는 류지현 감독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으며, 이후 남은 일정에서 벤치가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